
마음과 시선이 서로에게 쑤욱 들어갈 때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은 처음부터 특이한 점이 있었다.
다른 이들은 감정을 알려면 외적으로 드러난 반응의 조각들을 이리저리 맞추어 보아 짐작해야 하는데, 그 사람에겐 그냥 안으로 쑤욱 들어가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신경 쓰고 있지 않을 때에도, 이를테면 교회에서 내가 다른 기도 제목에 몰두하고 있던 순간에도 문득 그의 시선이나 관심이 내 몸 안으로 쑤욱 파고드는 느낌이 들곤 했다. 실제로 그가 나를 보고 있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당시에는 이런 것들을 잘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냥 ‘내가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나?’ 또는 ‘그가 나에게 관심이 있나?’라고만 무의식적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한 생각도 의식으로 흘러넘칠 때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의 동일한 주파수가 이미 공명하고 있었고, 그 에너지 간섭 현상이 우리 둘 각자에게 ‘관심’이란 형태로 번역된 게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엄밀히 말해서 ‘관심이 있었다’기 보다 ‘자꾸 의식이 되었다’는 게 맞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날 서운하게 하지 않은 사람
북적거리는 교회에서 그는 늘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내가 지나가도 서로 인사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멀리서부터 그는 내가 오는 걸 보면 인사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 다른 사람이 말을 걸면 그와 얘기하느라 나를 그냥 지나쳐 보내곤 했다.
그럴 땐 난 화답으로 멀리서 그만 볼 수 있도록 혼자서 인사하곤 했다.
그러면 또 그 다른 사람의 어깨 너머로 날 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는 나를 무관심으로 서운하게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실상 그는 다른 이와 얘기하느라 나를 보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나 또한 고개 숙여 인사하고 담담히 돌아서느라 그에게 시선을 던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하다.
그때는 보고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느꼈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그러니까 시선의 교환이 아니라 어떤 파동의 교환이라고 해야 하나.
보지 않고도 알아채는 마음
신기하게도 그는 내가 남몰래 운 것도 기가 막히게 알았다. 슬퍼도 알았다. 그럼 난 또 뒷통수로 그가 안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눈치 채고 나면 다음엔 날 위로해주고 싶어하는 그를 마주치곤 했다.
당시에는 그냥 그가 친절한 사람이어서, 내가 눈치가 빨라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꼭 그것 만은 아닌 듯 싶다.
감정의 공명이란 이럴 때 쓰이는 말이 아닐까.
나 또한 항상은 아니었지만 그가 지나가기만 해도 그의 감정을 알 수 있을 때가 있었다.
그건 ‘그냥 알았다’고 밖에 설명이 안 되었다.
남들에게 하는 공감이 내게도 같은 경험이 있어 되살아나는 ‘나의 감정’이라면, 그 사람에게 하는 공감은 내가 그의 입장에서 느끼는 것이었다.
때로는 감정 자체로, 때로는 ‘앎’의 형태로 그의 감정이 전달되어 왔다.
그 무렵엔 안도감, 기쁨, 행복감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느껴졌고’,(관련 글 바로 가기)
상처나 슬픔, 외로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알았다’.
나중엔 그리움이나 아픔, 슬픔 등도 날 것 그대로 전해져 왔지만…
사랑은 속수무책의 덮침
이런 내용들은 후술할 텔레파시 현상에 비하면 그다지 신기하지는 않다.
어찌 보면 그냥 좋아하는 사이에서 서로 관심이 있으니 촉각을 곤두세워서 그러려니 여겨지기도 한다.
눈치가 빠르다거나 민감하다고 할 수도 있겠고, 그런 식으로 설명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가만 잘 생각해 보면 이게 우리가 서로 좋아해서 생긴 일들이 아니다. 거꾸로 그런 현상이 반복되니 좋아하게 되었다는 편에 가깝다.
더 엄밀히 말하면 ‘좋아하게 되었다’기 보다 ‘좋아하는 현상이 반복되었다’가 옳다.
그러니까 철저히 무의지적인 끌림이었다는 얘기다.
내 인생을 통틀어 누군가와 이렇게 감정의 공명이 잘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전엔 사랑이 선택이고 결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며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덮침 당하는 것이고, 거부할 수 없는 진짜 인연은 태어날 때부터 빨간 실로 이어져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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