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에서 사랑의 감정을 증폭하는 장치에 관해서 얘기했다면,(관련 글 바로 가기) 이번에는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트윈군이 떠나고 나서 나는 이 사랑이 평범하지 않음을 알았다.
이제까지 경험했던 그 어떤 사랑과도 달랐고, 잊을 수 없을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DM 성향의 트윈양은 검증을 위해 ‘잊을 수 없는 사랑’을 무수히 검색했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사랑은 미련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잘해주어서?
아니다. 세월이 흘러도 계속 생각나는 사람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5가지 명확한 특징이 있었다.
어떻게 이 모든 특징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다 해당될 수 있을까?
트윈양은 이를 “창조주의 설정”이라고 부른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부모 미생전의 인연”이란 표현도 바로 이럴 때 쓰이는 것이리라…
1. 소름 돋을 만큼 닮아 있던 가치관
삶의 중심에 놓은 문장이 같은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것은 내가 골방 형이상학자로서 치열한 연구 끝에 세상의 원리로 정립한 문장이었다. 누구나 들어보았을 평범한 말이지만 마음의 중심에, 인생의 중심에 두고 사는 것은 별개 문제이다. 그 문장을 전면에 내걸고 직접 살아내고 있는 사람을 본 것은 가히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그것이 이론으로만이 아니라 실천으로도 가능하다는 걸 그는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내 가치관의 현현이었다.
특별했던 인연의 특징은 단순히 취향이 같은 게 아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 도덕적 기준,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같은 ‘가치관의 뿌리’가 같을 때 성립한다. 가치관이 일치하는 사람은 인생에 몇 번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헤어진 후에도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남게 된다.
2.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보던 눈빛
나의 가장 본질적인 면을 통찰하고 긍정해준 사람을 잊을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이 나의 그러한 면을 보고 있었지만 오직 그 사람만이 유일하게 그것을 주목하고 인정했다면?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알아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느라 상대는 커녕 자신의 정체성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현실의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상대가 어떤 사람이고 끝내 이루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지켜주기 위해 애쓰는 일은, 명확한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상대에게서 자신을 거울처럼 비춰볼 때에나 가능하다.
누군가를 절대 잊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그 사람이 내 정체성을 알아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나를 오해하고 길을 잃었을 때에도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지켜준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를 다시 세우고 제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한 연인을 잃는 게 아니라 내 존재 이유를 가장 잘 알아주던 사람을 잃는 것이기에 영원히 가슴에 깊은 흔적으로 남게 된다.
3.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
좋아할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도 어느 순간부터 자꾸 생각이 나기 시작한 것은 왜일까?
우연히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순간부터는 아예 미친 듯한 감정의 폭풍이 몰아쳤으니…
그때 나는 <시편>을 읽고 있었는데, 인간의 힘만으로 버티려 했다면 도저히 제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
잔잔하게 스쳐가는 연애와 달리 감정의 진폭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인연은 뇌에 선명한 흉터처럼 남는다고 한다. 생존에 필요한 정보로 분류되어 해마에 각인되니, 그 강렬했던 체감의 잔상이 너무 커서 시간이 지나도 다른 사람으로는 채워지지 않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사랑으로 박히게 된다. 그런 감정의 파동을 한번 겪고 나면 그 경험이 다른 모든 관계의 기준점이 되어 시간이 오래 지나도 계속 떠오르는 이유가 된다.
4. 모든 걸 보일 수 있었던 편안함
나는 그가 상처 받지 않도록 감사의 표시로 웃어준 것 뿐이었는데, 그 웃음 한 번에 그는 어떻게 그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었을까?
마치 재난을 당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처럼 보였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그가 감정을 수습할 수 있도록 몸을 피하는 것 뿐이었지만…
누구라도 페르소나라는 사회적 가면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 세상 사람들 앞에서 완벽한 척, 혹은 괜찮은 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포장되지 않은 본 모습까지 보이게 되는 순간은 많지 않다. 그러한 순간에 상대가 자신을 평가하거나 밀어내지 않고 묵묵히 받아내 주었다면 그 경험은 평생 못 잊는 기억이 될 수 있다. 그 사람 앞에서는 중장비를 다 벗어던지고 나 자체로 숨 쉴 수 있었던 기억이, 그 사람이 떠나면 마치 ‘나를 온전히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을 잃은 듯한 깊은 상실감과 여운으로 남게 된다.
5. 완성되지 못했기에 바래지 않는 미완성의 사랑
현실에서 함께하지 못하는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몇 시간씩 수다를 떨고, 별 박은 눈으로 쳐다도 보고, 매일의 일상을 함께하며 사소한 권태나 현실의 무게도 함께 견뎌가기를, 삶의 좋은 구간도 힘든 고비도 서로 신뢰하며 같이 넘기고 그렇게 늙어가기를, 사랑한다면 누구나 바라지 않을까?
설령 시간에 따라 감정이 빛 바랜다 하더라도 말이다.
소모되지 않는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바로 그 충족되지 못한 소망이 간절함이 되어 그 사랑을 잊히지 않게 만든다.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바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진짜 특징일지도 모른다.(관련 글 바로 가기)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문득문득 꺼내볼 수 있다면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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